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논골담길에는 삶이 박제되어 있다 - 권대욱 2011/02/2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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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no_profil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,054회 작성일 12-04-30 18:2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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논골담길에는 삶이 박제되어 있다


청하 권대욱

정겨운 사람이 살았던 곳, 아직은
살가운 사람들의 따수운 심장 속 남아 있던
미지근한 온기라도 한 번 더 만지려면
등대 담화마을, 논골담길을 올라야 한다

땀방울 묻혀왔던 시간의 장벽 틈새에서
앞바다의 것으로 살던
시큼한 삶들이 창조한 흑백 영상 속에서
손 맞잡고 걸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
아니다, 하나 더 야윈 빨랫줄에 걸린
노인네 속곳 빨래 같이 새파람에 흔들렸던
사람들의 손등주름에 새겨진 삶이
적당한 고뇌에 버무려진 벽화 속에서
조금은 어색한 웃음 지으며 걸어나오기 때문이다

까만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궁핍한 해조음이
담벼락 속 사람들의 꿈속 달밤, 햇살 녹아 갈무리된 자양분으로
감꽃 터지고 노가리 햇살에 제 몸 뉘이던 날
석양의 즈음에서 여명까지는 지나왔던 첫 시간 속
과거에 얹혀 생존해왔던 것들의 밤바다 위로 보내버렸다

이제사 알고 보니파란 소망들이
논골에 흘러 묵호 바닷물이 파래진 것이기에
묵호등대는 제 가슴에 수평선 오갔던
자취 하나 없어도 지금을 화석으로 갈무리하려 하고 있다

치열했던 삶에서 따수운 미소하나 찾으려면
논골 사람들의 역사가 박제된 길
묵호등대 오름길, 논골담길을 올라가야 한다.


*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
: 강원도 동해시 묵호동 논골 3길 일대의 골목길에는 담벼락 畵가 그려져있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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