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양미리 - 권대욱 2010/12/0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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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no_profil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,049회 작성일 12-04-30 16:4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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양미리 

청하 권대욱

가슴 차가워진 사람은 
회색 등판, 은색 뱃살 지닌 종족에게서 
살가운 냄새 하나 찾으려면
좀 멀더라도 반드시 대관령 넘어 묵호로 가야 한다

볏짚에 포박당한 육신 위
첫 단풍 걸쳐지면 
심연의 굴곡 깊은 해저에서 살아온 날도
모두 잊고 세찬 동해파도 박차며 
비상하는 꿈을 꾸던 한 마리의 양미리는 
태초부터 아버지가 지켜온 영역을 탈출하여 
달빛 허연 서리 두른 두타산이 거두었던 
노을 닮은 어부가 발원한 끝 소원 채워 주려 한다

한 마리의 양미리는 숨죽여 
예비해온 만선 소식으로 한껏 마셨던 
물비린내 나는 검은 바다를 토해내더니 
경건한 아침 햇살을 제 몸에 짙게 바르고
물빛 묵호항 사람들의 자양분이 되어간다.

소금기 묻은 바람으로 졸음 떨어낸 선술집 
이승의 시간에서 여름잠 자던 존재는
파란 연탄불에 심장 속 체온 섞어 덥혀주고 
탄화된 육신은 목젖 보이는 웃음엔 
소금 닮은 자양분 내어주어 
영원히 죽지 않은 제 영혼으로 빼곡히 채워준다

네 죽음으로서만 존재할 수 있는 
내 작은 삶이기에 
따수운 눈빛 담긴 소주 한잔하려면 
덕장 위, 양미리가 말라가는 묵호로 가야 한다.



*양미리: Shiwaikanago 까나리, 앵매리. 모래 속에서 여름잠을 잠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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